새벽에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경기가 있었다. 일어나서 볼까 잠깐 생각해봤다가 3초만에 그냥 재방송이나 보자라고 생각하고 푹 자버렸다. 정상급 팀의 전술과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게 목적이고 특별히 지지하는 팀도 없어서 결과나 순위 같은 것도 별로 신경쓰지 않으니까 말이다.

 리그 초반 '내가 제일 잘 나가' 모드에서 요즘 삐거덕거리며 - 바로 전 경기에서는 선덜랜드 지동원에게 결승골을 허용하기도 했다 - 맨유에게 추격을 허용한 리그 선두 맨시티와 왕년의 '빅4', 6위 리버풀 간의 대결은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매치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리버풀 선발 명단

맨시티 선발 명단

 그런데 막상 경기 전 선발 명단을 보니 '이게 뭥미?' 한동안 리버풀 경기를 보지 않았다지만 선발 라인에 잘 모르는 선수들이 많이 보였다. 역시 토레스, 사비 알론소를 이적시킨 이후 수준급 선수들의 영입 소식이 들리지 않았던 결과가 이런 명단으로 나타나고 있나보다. 제라드는 은퇴하기 전 리그 우승의 꿈은 접어야 할 듯하다.

 맨시티는 경기 초반부터 오른쪽 풀백이 마이카 리차즈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쪽에 비중을 두는 플레이를 했는데 전반 7분에 바로 그 자리에서 좋은 패스웍으로 다우닝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왔다. 하지만 슈팅이 조 하트의 수비에 걸리면서 좋은 기회를 무산시키고 얼마 뒤 아게로의 중거리 슛을 레이나가 실책성 플레이를 하면서 실점하고 만다.

 경험상 골키퍼가 다이빙 하더라도 공이 뚝 떨어지면 몸통 밑으로 지나가기 쉽다는 건 알지만, 어찌되었건 아쉬운 실점이다. 이후 리버풀의 공격은 주변에 받쳐주는 선수가 없는 앤디 캐롤을 향한 긴 연결 시도나 측면에서의 날카롭지 못한 크로스가 주를 이루면서 별로 위협적인 장면도 연출해내지 못했다.

 반면에 맨시티는 에딘 제코의 몸놀림이 좀 아쉽긴 했지만 야야 투레가 언제나처럼 든든하게 중앙을 지켜주고 실바의 번뜩이는 플레이가 간간히 나오면서 내용상에서도 우위를 점해갔다. 그리고 전반 33분, 이어지는 코너킥에서 콤파니와 야야 투레가 연속으로 날카로운 헤딩을 해내면서 결국 한 골 더 추가해서 2: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에도 흐름상 큰 변화가 없다가 리버풀에서 제라드와 벨라미를 투입하며 흐름을 가져오고, 맨시티는 가레스베리가 72분에 퇴장당하면서 경기가 재밌게 흘러갈 것 같았다. 그러나 퇴장 직후, 리버풀 선수들이 모두 공격에 중심이 쏠려있을때, 공을 차단하고 빈 공간으로 질주하는 야야투레에게 정확한 패스가 연결되고 야야 투레가 그대로 페널티 박스 안까지 몰고가서 페널티 킥을 얻어내면서 경기는 완전히 맨시티 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확실히 구단주의 재력에 따라 축구계의 판도가 변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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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버풀 F.C. 와 함께 리버풀을 연고지로 삼고 있는 에버튼의 홈구장은 Goodison Park라고 한다. 에버튼은 우리에게 웨인 루니의 전소속팀이라는 점 외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난 시즌 토트넘에 이어 리그 6위를 차지하기도 한 나름대로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이다.[각주:1] 원래 현재 리버풀의 홈구장인 Anfield를 사용했었지만, 1892년 임대 문제로 현재의 경기장으로 옮겨오고 당시 새로 창단된 리버풀F.C.가 안필드를 차지했다. 두 팀의 경기장 역사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맨 처음 에버튼은 지금 리버풀이 새로운 경기장을 지으려고 하는 스탠리 파크에서 출발해서 안필드에서 밀려났고, 스탠리 파크의 새로운 경기장을 같이 사용하려던 계획도 리버풀의 반대로 무산되고 현재는 리버풀 시외의 Kirkby라는 곳에 새로운 경기장을 지을 계획을 발표한 상태이다. 에버튼 팬들이 리버풀에게 얼마나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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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nd Old Lady'라는 별명을 가진 Goodison Park는 지어질 당시 영국 최초로 모든 스탠드가 2층으로 되어있는 경기장이었다고 한다. 경기장 크기는 112 x 78 야드(102.4 x 71.3 미터)로 폭이 꽤 넓은 편이다. 수용인원은 40,410명으로 위성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주변이 주택으로 둘러싸여 확장이 어려운 상태다.    최근 리그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큰 자본들이 많이 몰려들어서인지 유난히 경기장 건설 계획이 많은 것 같은 프리미어 리그다. 에버튼의 경우 지난 10년간의 평균 관객이 36,000명, 전체 좌석의 90% 이르는 점유율을 기록했으니 신축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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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경기장은 55,000석 규모로 UEFA 5성 경기장의 수준으로 지어질 것이라고 한다. 최근 지어지는 경기장들이 주로 원형인것에 비해 새로운 구장은 현재의 경기장처럼 4면의 스탠드를 가진 형태가 될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경기장 이전에 반대하는 팬들[각주:2]에게 전통을 중요시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1. 루니가 뛰었던 02/03 시즌 7위, 03/04시즌 17위, 루니가 떠난 04/05시즌은 리버풀을 5위로 밀어내고 4위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본문으로]
  2. 처음에는 증축을 주장하다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발표가 있자, 시외곽으로의 이전을 반대하기도 했는데, 결국 팬투표로 통과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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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포스팅한 프리미어리그 클럽 위치에 나와있듯이 리버풀에는 에버튼과 리버풀 두 개의 팀이 존재한다. 그 중 오늘 찾아볼 경기장은 리버풀의 홈경기장인 안필드. 1884년 9월에 세워진 안필드는 원래는 라이벌 팀인 에버튼의 홈 구장이었다. 그로부터 8년 후에야 리버풀 어소시에이션 풋볼 클럽(Liverpool Association Football Club)이 결성되었고, 에버튼이 1892년 이 경기장을 떠나게 되면서 리버풀이 사용해오고 있다. UEFA 4성 경기장으로 현재 45,362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110 x 75 야드의 경기장 크기를 가진다. 미터로 따져보면 5성급 경기장에 비해 길이가 약간 짧고 폭이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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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필드는 서포터들의 전용 스탠드인 Spion Kop[각주:1] 한때는 최대 28,0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던 콥은 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1975년에 22,000명 규모로 줄어들고 다시 1989년 힐즈보로 사태 이후 새롭게 지어져 현재는 12,499명만을 수용한다. '공을 골대로 빨아들일 수 있다'는 말까지 듣는 리버풀의 팬들이 있어서인지 경기 시작전에 동전 던지기로 위치를 정할 때 리버풀의 주장은 후반전에 콥쪽으로 공격하는 전통이 있다고 하는데, 만약에 상대팀이 그 위치를 고르면 야유가 나온다고 한다. 다음에 리버풀 홈경기를 볼 때 한 번 관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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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00시즌 이후 연속해서 4,2000명 이상의 평균 관객수를 기록해온 리버풀은 새로운 경기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리버풀 시 의회에서는 새로운 경기장을 에버튼과 같이 Stanley Park Stadium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사용하길 권장했지만 양클럽에서 거부하고 리버풀이 New Anfield라는 이름으로 단독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2010년을 목표로 60,000명 규모로 짓고 있는 새로운 경기장은 차후 80,000명 규모로 확장할 것을 고려해서 설계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결과 새로운 경기장에 대해서 여러가지 다른 이미지가 나오는데, 위의 이미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1. 'Spion Kop'은 영국이 2차 보어전쟁에서 패배한 언덕(kop)이다. 당시 전사자 중에 리버풀 출신이 많았다고한다. 리버풀 외에도 'kop'이라는 이름을 스탠드에 붙인 팀들이 많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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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제노몰프 2007/10/15 22: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 경기장과 현지지역위치에 대한 정보에 밝으신 것 같아요. 종종 들러 정보를 얻어가야 겠습니다. 에버튼도 리버풀 지역에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안 그래도 이번 시즌 은근히 리버풀 응원하고 있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 BlogIcon Joon 2007/10/15 23:36 Address Modify/Delete

      현지지역위치에 대해 전혀 밝지 못합니다. 외국은 커녕 공항에도 못가봤거든요. 인터넷의 힘이죠 ^^